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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ai. 사진동영상 안된대서 안찍었는데 아쉽네. 마지막 인사할때 찍어도 되는것 같았는데 헨드폰을 꺼놨지뭐야,
한예종 무용원 30주년 기념 발레 공연을 보고 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졸면 어쩌나 했지.
발레라고 하면 잔잔한 클래식 선율에 맞춰 조용하고 사뿐사뿐하게 움직이는, 어쩌면 조금은 정적이고 지루할 수도 있는 장르라는 편견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중간에 졸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막상 무대의 막이 오르고 나니 정말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무대가 장막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우와~ 감탄이 나오고 눈이 황홀해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멈추지 않아.
스크린이 올라가고 무대위에 흰 발레복을 입은 수십명의 무용수들이 정렬해서 서 있는데 아, 왜 사람들이 발레리나가 서있는 오르골이나 보석상자같은걸 사는지 알겠더라고. 그 모습 자체가 너무 아름다웠다.
발레가 이렇게까지 역동적이고 스피디할 수 있다니! 지루할 틈은 단 1초도 없었다. 무용수들이 무대 위를 꽉 채우며 쉴 새 없이 뛰어오르고 빠르게 회전하는데, 그 엄청난 에너지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몰입하게 되었다. 심장이 쿵쿵 뛸 정도로 신나면서도, 동시에 클래식 발레 특유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완벽하게 살아있었다. 파워풀한 움직임 속에서도 어떻게 저렇게 손끝, 발끝 하나하나의 선이 예쁘고 유려할 수 있는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특히 오늘 내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은 건 흑조를 연기한 발레리나와 전민철 발레리노였다. 흑조 발레리나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매혹적인 연기력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빠르고 날카로우면서도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춤선은 공연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민철 발레리노는 왜 그렇게 시선을 끄는지 단번에 이해가 갈 만큼 무대 장악력이 돋보였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가볍고 높은 도약, 그리고 흔들림 없이 우아한 동작들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물론 다른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도 정말 대단했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수많은 발레리나들이 일제히 점프를 할 때, 발레리노들이 그들을 탁 잡아채듯 안아들고 무대 위를 빠르게 이동하던 장면이다. 그게 얼마나 멋있던지. 든든한 발레리노들 덕분에 발레리나들이 허공에 훨씬 더 오래 떠서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동하는 속도까지 휙휙 빠르다 보니, 그 역동적인 장면 전체가 묘하게 신비롭고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중간중간 무대를 채워준 어린아이 발레리나들도 잊을 수 없다. 앙증맞은 체구로 무대를 누비는데, 정말 오르골에서 갓 튀어나온 살아 움직이는 인형 같아서 보는 내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공연이 진행하는 내내 무대 주변에 서서 계속 무언가 손짓을 하는데 너무 인형같고 이쁜거야. 팔다리 가늘고 길고 목은 다들 왜이리 길어?
국립극장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길이 꽤 길어서 아주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동네에 도착해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평소 같았으면 그저 피곤하게만 느껴졌을 그 길이 오늘은 전혀 달랐다. 뺨을 스치는 밤공기와 기분 좋은 밤바람, 밤하늘에 뜬 별, 심지어 그날 피부에 닿던 습도와 온도까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발레의 편견을 완전히 날려줬고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충분히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재밌게 즐길수 있는 공연이였어.
인생 첫 발레공연이였고 앞으로 또 볼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짜 조퇴부터 시작해서 친구와의 수다. 인생 첫 발레공연과 늦은밤 공기까지 행복했던 하루 였다.